관능적 존재 썸네일형 리스트형 질경이 밟히고 또 밟혀서 세상 끝까지...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웬만한 거리에 있는 곳은 가능한 걸어서 가고, 하루 중 한번은 일부러 산책을 나갑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함께 하느라 바빴던 시절에는 1시간 남짓 걷는 그 시간이야말로 모든 일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온갖 상념과 걱정이 엷어집니다. 걸으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감정들로 가득 찼던 마음에 나무와 꽃과 하늘과 길이 들어섭니다. 때로는 비를 맞으며, 어떤 때는 눈을 맞으며 걷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내게 있어서 ‘걷기’는 신성한 기도의 시간이었다고 기억됩니다. 늦은 퇴근 후 걷는 길에서 4월의 밤이면 맡을 수 있었던 꽃향기, 간혹 키 큰 나무에서 톡톡 떨어지는 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