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이숙 썸네일형 리스트형 질경이 밟히고 또 밟혀서 세상 끝까지...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웬만한 거리에 있는 곳은 가능한 걸어서 가고, 하루 중 한번은 일부러 산책을 나갑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함께 하느라 바빴던 시절에는 1시간 남짓 걷는 그 시간이야말로 모든 일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온갖 상념과 걱정이 엷어집니다. 걸으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감정들로 가득 찼던 마음에 나무와 꽃과 하늘과 길이 들어섭니다. 때로는 비를 맞으며, 어떤 때는 눈을 맞으며 걷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내게 있어서 ‘걷기’는 신성한 기도의 시간이었다고 기억됩니다. 늦은 퇴근 후 걷는 길에서 4월의 밤이면 맡을 수 있었던 꽃향기, 간혹 키 큰 나무에서 톡톡 떨어지는 이.. 더보기 여우주머니 여우는 주머니만 남기고 어디로 숨었을까? 도서관이 집 가까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마음 내키는 시간에 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읽을 만한 책을 골라 대출하고 때로는 열람실에 눌러 앉아 여러 시간 책을 읽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날에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놓아 시원해 좋고, 추운 겨울날에는 따스하게 난방이 되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게다가 도서관쟁이(?)들은 조용하고 겸손합니다.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답니다. 돋보기 안경을 낀 노인분들은 외국어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거리시면서 여유를 보이시고, 취준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도 모두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배가 고프면 잠시 나와 큰 길 건너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된장찌개 백반을 먹고 다시 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