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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꽃차례

개여뀌 - 모든 봉오리가 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입동이 지났건만 아직도 한낮에는 겉옷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거실 앞 창밖으로 보이는 단풍의 색도 힘이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은 안간힘을 쓰며 다가오는 가을을 밀어내고 있나 봅니다. 결국은 무릎을 꿇을 테지만 그래도 그렇게 ‘버팀’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요. 내가 어떻게 그 사연을 다 알 수 있겠습니까만 한낮의 여름과 아침, 저녁의 가을이 교차하는 멋진 날들입니다.​ 여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미 한 달도 더 된 것 같습니다. 바로 뒷산의 그늘에 무더기로 피어난 ‘장대여뀌’를 보면서도 그건 크랙 정원에 핀 것은 아니니 하고 눈을 딱 감았더랬습니다. 뒤이어 ‘개여뀌’와 ‘흰여뀌’가 피어나 가을의 느낌을 물씬 풍기기 시작한 것도 한참 전.... 더보기
질경이 밟히고 또 밟혀서 세상 끝까지...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웬만한 거리에 있는 곳은 가능한 걸어서 가고, 하루 중 한번은 일부러 산책을 나갑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함께 하느라 바빴던 시절에는 1시간 남짓 걷는 그  시간이야말로 모든 일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온갖 상념과 걱정이 엷어집니다. 걸으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감정들로 가득 찼던 마음에 나무와 꽃과 하늘과 길이 들어섭니다. 때로는 비를 맞으며, 어떤 때는 눈을 맞으며 걷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내게 있어서 ‘걷기’는 신성한 기도의 시간이었다고 기억됩니다. 늦은 퇴근 후 걷는 길에서 4월의 밤이면 맡을 수 있었던 꽃향기, 간혹 키 큰 나무에서 톡톡 떨어지는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