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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롱꽃

붉은서나물 - 철없던 키다리꽃, 철들어 날리는 멋진 결실   사람과의 만남이 그러하듯 꽃과의 만남도 일종의 인연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붉은서나물’과 나와의 인연은 그리 찰떡궁합은 아닙니다. 키가 어찌나 껑충하게 큰지 사진을 찍기에 적당한 녀석을 찾기가 힘듭니다. 적당하다 싶으면 크랙 사이에서 피어났다는 사실이 잘 표현되질 않습니다. 어느 날 작은 빌딩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바닥에서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이 꽃을 발견하고는 마음에 담아두었으나 다음 날 가보니 모두가 뿌리째 뽑혀 내동댕이쳐진 모습만 보게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붉은서나물은 크랙 정원에서 피어나는 꽃치고는 정말 큽니다. 어떤 녀석들은 1m가 넘을 정도이니 마치 철도 들기 전에 훌쩍 키만 커버린 아들 녀석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혼자 슬며시 .. 더보기
중대가리풀 거 참 이름하고는...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고도 근시가 심해 평생 눈이 어두웠던 나는 세상이 어둡고 뿌연 것은 말하자면 삶의 디폴트 상태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때때로 밝은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은 아마도 내가 보는 것보다는 훨씬 밝고 환할 것이라는 상상은 했었지요. 렌즈와 안경 덕분에 그럭저럭 책도 하고 영화도 보고 운전도 하고 여행을 다니며 살아왔으니 그다지 서글픈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불편할 뿐이었지요. 살면서 불편한 점이 그것 하나만도 아니었는데다가, 그나마 나의 뇌가 미약한 시각 신호를 잘 처리하여 세상의 모습을 그런대로 그려주었으니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눈앞은 빠르게 흐려져 갔고 그에 따라 답답함도 커져갔습니다만 그저 늙어가는 탓이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