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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와 노랑선씀바귀 - 나물의 쓴맛, 삶의 쓴맛 고들빼기>노랑선씀바귀> 5월이 가고 오늘부터는 6월입니다. 달력으로 계절을 가늠하자면 봄이 가고 여름이 온 셈이네요.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제와 다름없이 조용합니다. 이즈음 도시의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꽃을 단연 ‘고들빼기’와 ‘노랑선씀바귀’입니다. 우선은 둘 다 일반적인 봄꽃들에 비해 그 크기가 큽니다. 그리고 둘 다 화사한 노란색으로 보지 못한 척 하고 지나가기에는 그 존재감이 크네요. 씀바귀나물은 먹어 본 기억도, 내가 직접 만들었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만 고들빼기김치에 대해서는 숨겨놓은 기억이 있습니다.몇 년 전 고들빼기김치 만들기에 도전해 볼 요량으로 길에서 나물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도 도울 겸 고들빼기를 산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더보기
개소시랑개비 - ‘다양성’의 참 의미를 생각합니다. 거리를 가만히 걷다보면 온 세상이 노란색으로 가득합니다. 노랑선씀바귀, 고들빼기, 아직도 남아있는 서양민들레, 여전히 그 세(勢)를 줄이지 않고 있는 뽀리뱅이, 풀꽃은 아니지만 황매화도 피어나고...눈부신 노란빛의 세상입니다. 이 세상 참으로 어지럽습니다. 놀라운 일들이 연속되는 시간이었지만 끝이라고 생각했던 놀라운 일은 그 끝을 모르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저열함, 최후의 가느다란 믿음까지 저버리는 모습들을 보며 ‘다양성’의 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과연 어디까지를 다양성의 범주에 넣어 인내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옵니다. 꽃들의 세상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다양한 모양, 다양한.. 더보기
개꽃아재비 - 인간의 세상, 꽃의 시간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의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봄은 깊어 제법 여름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파트나 공원의 울타리마다 피어나는 쥐똥나무의 꽃이 공기 전체에 퍼져 향기롭습니다. 보도블록의 틈새에는 큰개미자리의 꽃들이 피어났다가 벌써 작은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꽃들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 자칫하면 그들의 가장 어여쁜 모습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고들빼기’의 꽃이 얼추 지고 나니 ‘노랑선씀바귀’가 여기저기, 이곳저곳에서 피어나 도시 전체가 옅은 노란색으로 화사해졌습니다. 아파트 앞의 배나무 과수원을 없애버리고 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은 이미 예고가 되어 있었기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 진척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배꽃의 아름다운 밤도 지나가고, 때늦은 꽃샘바.. 더보기
반하 (半夏) - 상식을 깨는 모습에 반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나날이 푸르러지고 있습니다. 메말라 황량했던 겨울의 그 뒷동산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제법 울창한 숲의 모습이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네요. 배꽃이 다 지고 나니 층층나무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바람에 흔들리는 무거운 가지, 그 가지에 매달린 잎사귀들의 춤사위가 아침을 평화롭게 열어줍니다. 햇빛 욕심쟁이 층층나무, 마음껏 빛을 받아 안고 있네요. 아침이 이처럼 편안하게 열리는 것이 참으로 좋습니다. 아마도 먼 옛날 숲 속에서 살던 내 조상의 조상님들에게도 아침은 이런 모습으로 열렸겠지요. 뇌과학자들의 이론에 따르자면 인간의 정상 상태는 ‘멍 때리는 상태’라고 합니다. 아무 할 일도 없고 그래서 걱정거리도 없고 그저 현.. 더보기
갈퀴덩굴 - 작은 것들끼리 서로에게 기대어 온 세상을 푸르게 덮다. 조금 생뚱맞기는 하겠지만 나는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액션 영화를 즐깁니다. 대부분 시간 죽이기 용이기는 하지만, 생각이 복잡하거나 각 잡고 무언가를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에는 특히 액션 영화를 찾게 되네요.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를 보았습니다. 언젠가 지루하고 힘들었던 긴 비행 중에 자막 없이 보았던 강렬한 기억이 났고 생각이 난 김에 찾아본 것이었죠. 결국은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그 숨 막히게 잔혹하고 그러면서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영화를 보고야 만 것입니다. 앞서 나왔던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프리퀄(prequel)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목이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매력적인 주인공인 ‘퓨리오사’를 총체적으.. 더보기
벼룩이자리 - 봄의 빈 터를 채우는 하찮은 꽃 봄이 오면 저 남도 산사(山寺)로의 여행은 하나의 로망이 됩니다. ‘올해는 꼭 가야지, 올해는 꼭 갈 테야!’ 숱하게 갈망했던 그 남도의 산사 방문은 올해도 또 물거품이 되는 듯했습니다. 1박 2일의 템플스테이를 신청해 놓고 부푼 희망에 가슴 설레던 바로 그 순간 몇 년 만의 심한 감기로 도저히 출발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취소 전화를 걸어 남녘행을 포기하고 있던 그날 저녁 늦게 함께 가기로 했던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남녘의 산야가 산불로 초토화되고 있는 이때 꽃구경하겠다고 그곳에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부끄러웠습니다. 절의 담당자분들에게 사연을 이야기하자 그분도 흔쾌히 이해 주셨고 스테이 날짜를 연기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 남짓 지난 .. 더보기
흰젖제비꽃 - 시련을 겪고 살아남아 꽃피우다! 4월에 걸맞지 않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며칠 전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한껏 따스하게 올라가던 기온이 다시 손이 시릴 만큼 차게 변했다는 것이 조금 억울(?)하기는 했지만 4월에 내리는 비쯤이야 그다지 놀라울 것도 새로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가 내리기 시작한 이틀째 거센 바람과 함께 진눈깨비가 쏟아지더니 급기야 거실의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장관이었습니다. 앞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구름, 그 구름의 덩어리들이 폭풍 속 열린 창으로 들이치는 바람에 미친 듯 펄럭이는 커튼처럼 잠시 다른 세상을 보여줍니다. 아, 이건 무슨 일일까? 세상사 미친 모습인걸까, 아니면 어지러운 내 마음 속 풍경일까?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그.. 더보기
꽃다지 - 봄 날의 애기들, 재잘대는 소풍 시부모님 제사를 지내러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시댁이 저 남녘의 거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는 거리상의 어려움에다가 직장생할을 해야 했던 내게는 꽤나 버거웠던 제사, 각종 행사들...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건만 그 누구에게서도 칭찬이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열패감은 아직 내 마음 깊숙이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이제 지나갔습니다. 시대의 보편적 정서를 넘어선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것이 좋았던 것이든 아팠던 것이든 이제는 이미 바뀔 수 없는 시간들, 아쉬움은 지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번의 여정을 ‘제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즐거운 ‘봄나들이’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좋은 계절이었습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