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꽃을 바라보게 되었고, 꽃을 좋아하게 되었고...이윽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귀한 꽃들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 꽃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에 대해 공부도 해보았습니다.
늘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만 했습니다. 공부도 사진도...
꽃이 피어날 때면 가슴 두근거리며 보고 싶어했습니다.
좋은 꽃친구들을 만나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꽃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끓어 넘칠 듯한 사랑, 봐야만 풀리는 그리움, 하늘을 날 듯한 행복...
그러나 한편으로는꽃을 보면 볼수록 목이 말랐습니다.
꽃은 늘 멀리 있었고,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열정과 행복과 모험의 시간들, 그 의미에 대해...
그리고 내 남은 삶 속 지속가능한 꽃과의 관계에 대해...
한 여름, 햇살 따가운 길을 걷습니다.
도시의 길은 흙을 덮어 만듭니다.
햇살은 어떠한 자비도 없이 내 등에, 내 눈에 내려 꽂힙니다.
아스팔트, 블럭을 사용해 조밀하게 짜인 보도, 시멘트가 발라진 아파트의 담장, 가로수가 심긴 자그마한 공간, 맨홀 뚜껑 사이...견고한 성채라고만 생각했던 그것 들 사이에는 틈이 있었습니다. 크랙 (Crack)...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장마를 지나면서 그 틈새 정원은 어느 새 울창(?)해졌습니다.
여러 가지 식물들, 가지 가지 꽃들...
위안!
내가 심지도 가꾸지도 않았으나 그들은 그곳에서 피어나고 또 다음 해에도 꽃을 피울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해서 나의 크랙 정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손이 날랜 경비원 아저씨들, 미화원 아자씨들에 의해 쉽게 뽑혀져 나가지만 결코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발길에 밟히지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스레 바라보는 눈길은 없지만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나의 크랙 정원을 열어 당신들께 보여드립니다.
나의 크랙 정원에 피어나는 꽃들을 자랑하려 합니다.
그 틈새에 피어난 꽃들이 도시의 삭막함을 메워주듯 내 마음의 갈라진 틈도 메워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내 크랙 정원을 거닐며 나는 또 다른 마음으로 살아내야 할 내 삶을 생각해 봅니다.
끓는 열정은 사라졌지만 이제 뭉근한 온기,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을 장착해 보려 합니다.
꽃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심지어는 허물 많은 나 자신에 대해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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