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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정원에서...

빨간 열매, 까만 열매 - 눈 속 열매들  아파트 마당 마가목의 탐스러운 열매에 눈이 내렸습니다.    가지가 휘어질 듯 풍성하게 열린 산수유의 빨간 열매에도 눈은 내려 쌓였습니다.유혹적인 자태에 눈이 부십니다.    아파트의 담장마다 자라나 여름 내내 수줍은 초록의 잎을 보여주었던 쥐똥나무에도 까만 열매가 맺힌 것을 눈이 내린 오늘에야 발견하게 되었네요.    동네의 작은 교회 앞마당에 담장을 겸해서 심어 놓은 주목에도 빨간 열매는 어김없이 달렸습니다.     서리를 맞으며 시들어 가던 거리의 까마중에도 눈이 내려앉았습니다. 눈의 무게조차 까마중에게는 버겁기만 합니다. 이 눈이 녹고 또 눈 녹은 물까지 마르면 까마중도 긴 잠에 빠져들겠지요.    배풍등의 붉은 열매가 눈바람에 흔들 흔들 흔들립니다. 영롱하게 반짝이던 열매, .. 더보기
나의 정원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 여우주머니의 가을 이 아침, 창밖으로는 안개가 가득합니다. 나무 끝자락의 색들이 살짝 바뀌는 사이, 산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바라보고 또 보아도 또 보고 싶은 풍경입니다.푸르기만 했던 잎사귀들의 색이 빨갛게, 노랗게 변해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놀랍습니다.저 어여쁜 색들은 도대체 나무의 어디에 숨어 있다가 저토록 눈부시게 나타나는 것일까요? 봄부터 가을이 깊어질 때까지 잎사귀들은 그 모든 소란스러움을 견디며 자신만의 색을 비밀스럽게 감추고 살아왔나 봅니다.  내 안에는 어떤 색들이 있을까요?내 안에도 내가 모르는 고운 색들이 숨어 있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조용조용히 떠오르다가, 어느 가을날 마침내 나도 저 잎사귀들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나의 크.. 더보기
크랙 정원 (Crack Garden)을 열며...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꽃을 바라보게 되었고, 꽃을 좋아하게 되었고...이윽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귀한 꽃들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 꽃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에 대해 공부도 해보았습니다. 늘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만 했습니다. 공부도 사진도... 꽃이 피어날 때면 가슴 두근거리며 보고 싶어했습니다. 좋은 꽃친구들을 만나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꽃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끓어 넘칠 듯한 사랑, 봐야만 풀리는 그리움, 하늘을 날 듯한 행복...그러나 한편으로는꽃을 보면 볼수록 목이 말랐습니다. 꽃은 늘 멀리 있었고,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이제 이 열정과 행복과 모험.. 더보기